에세이3 한발짝 등불로 십리를 간다 예전에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가 지은 만화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뒤늦게 플룻을 시작한 주인공에게 플룻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신다. 네가 남들보다 늦었고, 그래서 뒤쳐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면 불안하고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차라리 주변을 보지 말고 고개를 숙이고 내가 걸어가는 요만큼씩의 길만 바라보라고. 그 대목은 두고두고 내게 생각났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끝없는 갈등과 저항 속의 결혼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시간을 주저앉아 가슴 속으로 울고 있을 때, 끊임없이 울리는 이 나이에 해서 무슨 소용? 아무도 너에게 그런걸 기대하지 않는데? 하는 목소리와 싸우면서, 차라리 지금은 아예 포기를 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어도 도.저.히. 포기가 되지 않아 가슴이 타들어갈 때. 그러다가 오쇼 라.. 2025. 5. 25. 비비 '밤양갱'의 MBTI 해석: NT와 SF가 헤어지는 이야기 간만에 재미나고 마음에 드는 노래를 만났다. 장기하가 지었는데 그의 '나란히 나란히'와 짝을 이루는 노래라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딱 이거구나! 싶어 리뷰를 쓴다. 떠나는 길에 네가 내게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잠깐이라도 널 안 바라보면 머리에 불이 나버린다니까 NT가 애인과 헤어지고 떠나면서 말한다. 너는 바라는게 너무 많아: (해석) 내가 그렇게 너를 위해서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주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위해주었는데 그건 하나도 안 알아주고, 잠시라도 떨어지면 자길 안 봐주면 싫어서 계속 요구를 하니?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주기 위해 내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바쁘고 피곤한데! 계속 쳐다봐주는게 얼마나 중노동인데, 이건 집착이야! 나는 흐르려는 눈물을 참고 하려던 얘길 어렵게 누르.. 2024. 3. 16. 크리스마스 트리 요즘 정리한다고 꺼내어 놓은 물건들로 정신없던 마루를 둘째의 친구들이 놀러온다는 말에 대충 정리했다. 구석에 선 트리 전등에 불을 켜니 참으로 아름답고 그윽하다. 저절로 몸이 깔아놓은 매트 위로 간다. 그동안 아침운동을 빼먹은 이유가 어지러운 마루 때문이라는 것이 새롭게 또 느껴진다. 그렇지, 주변이 어지러우면 뭘 하기가 싫어지지. 운동을 한다. 나에게 등을 붙일 집이 있고, 마루가 있고,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어 행복하다. 운동하는 중에 슬깃슬깃 옆으로 보이는 불빛, 검은 피아노에 반사된 더 영롱한 불빛. 하기 싫던 운동을 금새 다 하고 일어나 배부를 때까지 트리의 불빛을 보았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우리집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없었다. 엄마 아빠는 돈없고 비싸다는 이유로 트리도 안 샀고, 반짝이는 (그때.. 2023. 12. 30. 이전 1 다음